사돈괴담 Fathers in Law

.병원을 무대로 한 영화는 우울하다. 아무리 재미난 코미디라고 하더라도 병원이 등장한다면 웃음의 선도가 떨어진다. 그만큼 병원이라는 장소가 두렵고 우울한 장소로 잠재의식에 각인되어 있는 탓이다. 그런데 이 단편영화는 좀 다르다. 작은 병실에 두 남자가 나란히 누워있다. 한 남자는 배에 상처가 있고 다른 남자는 몸 전체에 깁스를 칭칭 동여맨 상태다. 둘은 텔레비젼과 라디오를 갖고 서로 다툰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한참 동안 열심히 싸움하던 두 환자는 급기야 서로의 상처를 쑤셔대 상태를 더욱 악화시킨다. 두 남자의 앞엔 피 튀기는 최후가 기다리고 있다.
이 단편은 특정한 상황을 보여주는 것으로 시작한다. 병실에 두 남자가 있고 둘 다 중환자다. 별로 중요하지 않은 문제로 남자들은 다투고 목소리를 높인다. 그리고 시간이 지나면서 관객들은 두 명의 환자 사이에 어떤 적대감이 있는지 서서히 이해하게 된다. 환자들이 티격태격하는 사이 텔레비젼 화면엔 두 남자가 환자가 되는 결정적 단서를 담은 화면이 지나가는 것이다. 초반엔 어리둥절한 상황이 전개되지만 일단 몇 가지 힌트가 제공되고 나면 영화는 코미디로 향한다. 기욤 툰지니 감독은 단편의 결말에 이 고집쟁이 환자들이 갈 곳은 명확함을 알려준다. 병실 전체를 피로 물들이는 두 사람의 격전은 끔찍하다기보다 어처구니 없다. 그리고 묘한 웃음을 짓게 만든다.
(1999년 제3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김의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