꼬꼬마 오토 Otto

.어린 시절에 이런 공상 한번쯤 안 해본 사람 있을까? 밤늦은 시간에 손위 형제나 어른들은 도대체 무얼 하면서 시간을 보낼까, 라는. 그들은 과연 어떤 재미난 놀이를 하는 것일까? <오토>는 그런 공상에 잠긴 엉뚱한 꼬마의 이야기다. 오토는 형과 누나의 성화로 먼저 침대로 향하지만 머리가 복잡하다. 나를 먼저 재우고 형과 누나가 무엇을 하려는 것일까, 란 생각 때문이다. 아주 즐거운 일을 하고 있을 것만 같다. 그리고 생각은 생각을 낳고 점점 부풀어간다. <오토>는 무엇보다 상황이 재치있다. 침대에 누운 오토는 갖가지 상상들로 시달린다. 나를 재운 뒤 형과 누나는 피자라도 시켜먹겠지, 아니야, 웃기는 텔레비젼 프로그램을 볼 거야. 아니야, 외계인이라도 만나고 있는 것 아닐까. 혹시 서커스단이라도 오게 해서 파티를 열고 있는 것일지도 몰라. 대충 이런 식이다. 요나 오델 Jonas Odell과 스테그 베르비스트 Stig Bergqvist는 어린이의 철없는 몽상을 짧은 시간에 요약해 보여준다. <오토>는 엉뚱한 결말로 매듭짓는다. 잠자리에서 일어난 오토는 몰래 거실로 내려오지만 형과 누나는 지루한 텔레비젼 프로그램을 보다 잠들어 있다. 오토의 예상과는 전혀 다르다. 그렇다고 오토가 낙담하고 실망했을까? 천만에. 오토는 이제까지 자신이 상상하던 모든 상황을 삽시간에 실제로 만들어버린다. 서커스단을 집에 부르고, 피자도 시켜서 맛있게 먹으면서. 집에 돌아온 어머니는 기겁을 하게 된다. 평이한 상황에서 기막힌 코미디를 이끌어내는 연출자의 기지가 놀랍다. (1999년 제3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김의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