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주 P

.자국의 민감한 사항을 배경으로 했다는 이유로, 정작 영화의 출생지인 태국에서는 개봉되지 못한 작품을 피판에서 만나볼 수 있다. 태국의 어느 시골마을, 아우는 주술사인 할머니와 함께 살면서 어려서부터 주문과 마술을 사용하는 법을 배운다. 나이가 들어 할머니가 병으로 쇠약해지자 돈을 벌기 위해 방콕으로 간 라우는, 다우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고고 바에서 일하게 된다. 자신이 무슨 일을 하는 지도 모른 채 순결을 빼앗기고 바에서의 생활에 서서히 적응을 해가던 다우는 더 아름다워 보이고, 더 많은 돈을 벌기 위해 주문을 외우기 시작한다. 그러나 이 주문은 다우를 질투하는 사람들을 저주하는 주문으로 발전한다. 결국 다우는 깨뜨리면 'P' (악령을 의미하는 태국어)에게 영혼을 빼앗기고 육체까지 잡아먹힌다는 주술사의 금기까지 어기고야 만다. 영국출신으로서 이 영화를 위해 태국어와 태국 내 귀신과 미신들을 4년간이나 공부 했다는 감독 폴 스퍼리어는, 서양인에 의해 제작된 최초의 태국영화를 그 기념비적인 자리에 걸맞게 풀어 나간다. 게걸스럽게 인간의 장기를 뜯어먹는 악령의 모습에서 자칫 피가 낭자한 고어영화로 생각될 수도 있지만 이 영화에서 이야기하려는 것은 오히려 인간내면에 관한 것에 가깝다. 서서히 본래의 자신을 잃어가면서 아우가 다우로 변해가는 모습은, 소녀의 모습을 한 악령과 악령의 악몽을 꾸는 소녀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 이 영화를 귀신영화로 볼 것인지 아닌지는 관객 개개인의 판단에 달렸다. 2005년 독일 에를랑겐 영화제 관객상과 심사위원상 수상작이다.
(2005년 제9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박신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