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춰진 흔적 A Hidden Trail

.대만에 불법체류 중인 베트남 이주 노동자들이 깊은 산속에서 모닥불을 피워놓고 둘러앉아 술을 마시며 담소를 나눈다. 도안은 동료의 부름을 외면하고 홀로 천막 안에 누워 있다. 한편, 그들을 잡기 위해 잠복하고 있던 경찰 중 하나가 자신이 목격한 낯선 동물을 묘사한다. 다음 날, 도벌한 나무를 운반하던 중에 머리에 상처를 입고 체포되었던 도안은 경찰이 한눈을 판 사이 도주해서 몸을 숨긴다. 수색하던 경찰은 무언가를 발견하고 손전등을 끈 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안쪽으로 걸어간다. 도안은 멀쩡한 모습으로 천막에서 눈을 뜨고, 뒤이어 모닥불 앞에서 술을 마시는 같은 장면이 반복된다. 이번에는 도안이 함께 앉아 있다. 깊은 밤, 그는 홀린 듯 숲속을 걷다가 풀잎을 흔들며 움직이는 동물 앞에서 멈춰 선다. 와해된 시간과 칠흑 같은 공간 속에서 미지의 생명을 마주하는 신비한 체험으로 도안과 경찰은 친밀하게 연결된다. 이주민과 비이주민은 응시하고 감지하는 주체로 적대를 넘어 동질성을 획득한다.
(2022년 제10회 디아스포라영화제/ 김경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