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발명품 Last Invention

.남자가 아파트에 혼자 있다. 갑자기 이상한 일들이 그의 주변에 일어난다. 텔레비젼이 마음대로 켜졌다가 꺼지고 다시 켜진다. 전원 스위치는 다리라도 달린 듯 어딘가 도망친다. 뿐만 아니다. 수도꼭지에선 물이 나왔다가 멈추고 방안의 물건들이 제멋대로 움직이기 시작한다. 남자는 영문을 몰라 한다. 모든 물체들이 그에게 반란이라도 일으킨 것 같다. 수저와 접시들은 공간이동이라도 한 것처럼 테이블에 놓으면 어딘가로 사라지는 통에 남자는 수저와 접시를 챙기는데만 많은 땀을 흘려야 한다. 이제 남자는 멍하니 이런 사태를 보는 것에 머물지 않고 적극적으로 나서 물체들과 한판 대결을 벌인다. 방안은 어수선해진다.
<마지막 발명품>은 아이디어가 신선하다. 실사영화지만 마치 스톱 애니메이션처럼 각 장면을 따로 찍어 촬영한 것이다. 사람의 움직임이 조종당하는 인형처럼 분절되고 부자연스럽지만 일종의 유머로 받아들일만 하다. 결과적으로 물체들이 살아 움직이는 광경은 실사를 스톱 애니메이션처럼 촬영한 탓에 실감난다. 때로 마술같은 효과도 가능해진다. 테이블 위에 그릇이 있다가 순식간에 없어지고 다시 나타나는 것은 특이한 제작과정에 기인한 바 크다. <마지막 발명품>은 자폐적 상상력의 극한을 느끼게 한다. 방안에서 일어나는 신기한 사건들은 해프닝에 그칠 수도 있고 감독의 개인적으로 밀폐된 정신세계를 대변하는 것일 수도 있다. <마지막 발명품>은 만화적 발상을 화면에 옮겨놓은 단편이다. (1999년 제3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김의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