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낮 Day Light

.산소가 없다. 산소에 무슨 일이 생긴 것일까” <대낮>은 이런 나레이션으로 막을 올린다. 그리고 내내 초현실적 이미지를 선보인다. 지난 밤의 흐드러진 꿈처럼. <대낮>은 실사와 애니메이션이 합성된 단편이다. 종이인형처럼 움직이는 사진 캐릭터들이 등장하는데 이는 팝 아트의 전시물을 연상케한다. 논리적으로 이해하기 쉬운 작품은 아니지만 이미지의 성찬을 즐길 만하다. 순서상으로, 실사가 현실, 그리고 애니메이션이 꿈, 다시 실사로 넘어오는 순환적 구조로 짜여있다.
어두운 공간에 종이인형들이 늘어서 있다. 공놀이에 열중하는 종이인형들에게 적수는 바람이다. 어디선가 바람이 불면 인형은 두려움에 사시나무 떨 듯 떤다. 그리고 어린 식물이 자라나자 인형들은 진기한 경험을 한 듯 놀람을 금치 못한다. 인형들간에 사소한 말다툼과 분쟁이 발생하기도 한다. 그리고 어둠의 공간에 빛이 찾아든다. <대낮>은 자유연상이라고 해도 좋을 만큼 수많은 이미지들이 차례로 나열된다. 다분히 실험적 색채가 짙다. 영화 말미에 어둠에 묻혀 있던 종이인형들은 화해의 몸짓을 보이고 빛이 어둠을 감싼다. 그리고 이 모든 것은 누군가의 꿈의 일부분이었음이 암시된다. 끝 장면에서 실사영화로 돌아온 뒤 <대낮>은 햇빛을 받아 성장하는 식물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장관이다. (1999년 제3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김의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