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달콤한 소리 The Sweetest Sound

앨런 벌리너 감독이 에서 다루는 작품의 주제, 목적, 내용, 키워드는 한결같이 '앨런 벌리너'다. 그에게 있어서 자신의 이름이야말로 모든 소리 중 '가장 달콤'하다. 그런데 문제는 이 '가장 달콤한 소리'는 자신만의 것이 아니라는 점. 이 세상에 '앨런 벌리너'라는 이름이 고유한 것이라면, 자신이 향유하는 고유명사가 정말로 '고유'하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가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것은 낯익고 평범한 이름을 반복, 재활용하는 문화적 관습이다.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들끼리 모임을 갖는 행위 따위는 더더욱 혐오스럽다.

벌리너는 자신을 괴롭히는 이름에 대한 집착을 해소하기 위해 최악의 공포에 맞선다. 인터넷을 통해 지구 곳곳에서 자신과 같은 이름을 가진 사람들 12명을 찾아 저녁 만찬에 초대한 것이다. 이 중에 진정한 '앨런 벌리너'가 있을까? 누가 가장 '앨런 벌리너'다울까?

'동명십삼인'이 펼치는 기이한 풍경은 감독의 자화상이자, 사회의 단면이기도 하다. 결국 이 수행적인 다큐멘터리에서 '이름'은 사소한 소유욕의 대상에 머물지 않고, 가족의 의미와 미국의 문화와 역사에 대한 단상들을 불러일으키는 주문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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