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은 시놉시스에서 “사랑과 증오에 대한, 속고 속이는 사람들에 관한, 폭력과 섹스, 그리고 24시간이라는 이 기이한 시간 내에 우리가 알게 되는 놀라운 비밀들을 둘러싼 이야기”라고 설명한다. 하지만 이런 소개는 이 영화의 남다름, 독특함 등을 알리는 데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 이 문제적 텍스트에 다가가는 첩경은 여느 주류 극영화의 ‘무엇’이 아니라 ‘어떻게’이기 때문이다. 특정 주인공은 말할 것 없고, 주요 캐릭터도 플롯도, 그 무엇도 충분히 요약 설명이 불가능한, 다중 인물 다중 플롯 영화인 것. 시작과 끝이 맞물리는 원형 구조의 영화는 이른바 포스트모던적 탈-내러티브 텍스트의 전형이라 한들 과장은 아니다. 영화는 내러티브 중심의 일반적 독해를 거부한다. 사건들의 얼개를 맞추려 애쓸 필요없이 인물의 행보를 좇는 것이 관건이다. 여러모로 헝가리 기요르기 팔피의 무서운 장편 데뷔작 [허클]을 연상시킨다. 영화는, 오픈 시네마에서 선보이는 [밴드 명: 올 댓 아이 러브] 등과 더불어, 최근 괄목할 만한 비상을 하고 있는 폴란드 현대 영화의 어떤 활력을 증거 하기에 모자람이 없다. (전찬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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