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맘도 몰라주고 Helping Hand

도심 외각의 농가. 지적장애소년인 종기는 주인아저씨의 쓰레기장에서 일하며 생계를 유지해 간다. 그런 종기가 출근도장을 찍다시피 찾아가는 곳은 동네의 슈퍼. 슈퍼집 딸 보라를 보기 위해서다.

우연히 동네 길가에서 울고 있는 보라를 만나 자신의 거처인 비닐하우스로 데려간 종기는 보라와 함께 있던 중 종기를 이상하게 여긴 보라엄마에게 이끌려 경찰서로 향하게 된다. 종기의 지적장애를 대수롭지 않게 여긴 터라 종기는 선처를 받고 주인아저씨에게 이끌려 집으로 가게 된다. 종기는 아저씨와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길가에서 바지를 내리며 자신의 상황에 대해 아저씨를 원망한다. 종기는 보라를 좋아하는 마음 하나뿐 이었는데 자신이 오해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 답답하기만 하다. 현실은 종기의 마음과 같지 않다. (2010 제11회 대구단편영화제)

연출의도

한 동안 절에 있던 중, 지적장애인인 딸을 위해 절에 요양을 온 그녀의 엄마와 지적장애인 소녀를 만난 적이 있었다. 두 달 동안의 짧은 만남이었지만 아무도 없는 절에서 그 아이는 나의 유일한 친구가 되었다. 그 아이의 얘기에 귀를 기울이다 보면, 내가 모르는 그 아이의 무궁무진한 세계가 있는 것 같았지만 나는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방식으로 그 아이와 소통하고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절에서 내려온 후에도 그 소녀와의 만남으로 나는 방송이나 언론매체에서 지적장애인의 이야기가 나올 때 마다 관심을 가지고 보게 되었다. 작년에 불거졌던 지적장애인의 성폭행에 관한 사례들이 뜨거운 감자처럼 화두에 올랐다. 누군가는 폭행을 당하고 누군가는 폭행의 대상이 되었다. 그들의 목소리에 조금만 더 관심을 기울인다면 조금 더 그들의 삶이 음지에서 밝은 곳으로 갈 수 있을 텐데...

어두운 곳에 있는 그들은 그들의 얘기와 목소리도 습하고 어두운 곳과 친해지기 마련인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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